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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때리고 소리치며 서로 소년원 가겠다고 싸우던 아이들
가족 양이…   18-12-07 17:50   조회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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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소리치며 서로 소년원 가겠다고 싸우던 아이들 

출처 : 중앙일보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

 


20년이 훨씬 지났으니까 옛날이야기가 되겠다. 시골에 살 땐 뒷산에 송이버섯이 많이 나서 송이 아줌마인 줄 알고 불러주었고 온라인 닉네임에선 성이 송가라 송이로 지은 걸로 아는 것 같다. 지금은 할머니가 되었으니 손녀 이름이 송이인 줄 알고 송이 할머니라고 불러주기도 하는 내 다른 이름 ‘송이’에 대한 이야기다.

1995년부터 3년간 성수전철역 앞에서 식당을 경영한 적이 있다. 지금은 경제가 너무 안 좋아 그때 하던 방식으로 장사를 시작하면 한 달도 안 되어 폭삭 망할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엔 주위에 손바닥만 한 공장이 즐비하게 많았고 전철역 앞이라 위치까지 좋아 투자에 대해 지식이 없던 우리 부부는 저녁에 수금만 하러 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부동산 사장의 말에 덥석 식당을 인수했다.

그땐 내 나이도 젊었고 이전 사장과 일했던 여섯 명의 사람이 모두 좋았다. 가게도 사람도 모두 함께 인수해서는 가족같이 일하던 재밌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 지닌 가장 큰 복이 인덕이라고 늘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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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어느 다방 모습. 내가 인수한 식당은 낮에는 연인들이 차를 마시는 공간이었지만 저녁이면 공장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셔서 시끄러웠다. 장진영 기자 

 낮에는 조신한 연인들이 차를 마시는 공간이었지만 회사가 아닌 공장 사람들은 몸도 입도 거칠어서 저녁이면 술을 먹는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시끄러웠다.

거기에 불량 청소년 같은 동네 젊은 깡패들도 가끔 들러 공포를 조성하는 바람에 두려운 손님들이 제 발로 나가게 하기도 하고 경찰이 수시로 들락거리기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은 5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큰일’이라는 정의를 내리게 하는 게 청춘이고 삶이다.

어느 날 새파랗게 젊은 청춘 남녀가 우르르 몰려 들어와 화기애애하게 매상을 올려주고 있었다.

소수의 여자 앞에 선 남자들은 동물적으로 잘 보이려는 자세로 기가 살아야 했기에 술을 들이부으며 기운을 과시하더니 끝에는 남자들끼리 싸움으로 끝이 났다.

당연히 경찰이 오고 모두 경찰서로 붙잡혀 들어갔다. 후에 들으니 거의 훈방 조처되고 두 명만 남았는데 소년원 동기이고 전과도 있는 동네 아이들이었다.

그날 늦은 밤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서로에게 크게 상처를 입힌 싸움은 아니지만 소년원에 다녀온 전과가 있고 소년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태란다.

가장 큰 걱정은 보호자에게 전화해도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며 외면하니 마지막 결투장이 내 가게인지라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내가 나가면 어떤 결과가 있냐고 하니 보증인 도장을 찍어주면 아이들이 훈방 조처로 풀려나지만 없으면 내일 구치소로 들어가서 다시 소년원으로 들어갈 가망이 높다는 것이다.

부모도 두 손 들어버린 아이들이지만 애잔해서 나에게 전화를 해본 거니 생각해보고 오시려면 지금 나오셔야 한다며 끊었다.

자는 남편을 깨워서 이래저래 사연을 이야기하니 벌떡 일어나 운전대를 잡았다.

다음부턴 우리 가게는 절대 안 온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다짐받아놓고 도장을 찍어줘야지 하고 경찰서에 가면서 나는 잔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도착하니 아직은 정식 구속이 아니라 감금된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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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또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선처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두 아이는 서로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며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나는 몰래 훔쳐본 아름다운 우정에 오래도록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사진 pixabay]

 

잠시 화장실을 가는데 벽 밖에서 소란스러워서 귀 기울여 들어보니 예의 그 두 놈이 또 치고받고 싸우는 중이었다.

대책이 없고 선처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이구나, 그래서 부모도 지쳤겠구나….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했다. 
“내가 들어가야 해. 넌 나온 지 얼마 안 됐잖아. 힘들게 사신 너희 엄마 불쌍하잖아. 난 부모가 없으니 내가 들어갈 테니 넌 무조건 입 다물고 있어, 새끼야….”

“넌 이제 직장도 잡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 때문에 걸려들었으니 넌 절대 안 돼. 내가 들어가야 해. 넌 이대로 열심히 잘살아. 너나 입 닥치고 있어.” 


그렇게 서로 자기가 들어가야 한다며 부둥켜안고 울면서 서로 때리는 것이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힘들고 무서운 그곳을 친구를 위해…. 순간, 경찰이 바로 와서 다시 잡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싸우는 것만 본 경찰은 “참~ 대책이 없다. 이놈들아…” 하며 투덜거렸다.

그날 나는 화장실에서 몰래 훔쳐본 아름다운 우정에 오래도록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어떤 실수로 어린 나이에 소년원에 들어갔을까? 아마 가난한 부모에게 빽도 줄도 없었으니 아무것도 아닌 걸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

렇게 세월을 썩이고 나온 뒤가 엊그제인데 또 들어가야 한다면 어쩌나….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

뭐라고 쓰고 도장을 어떻게 찍었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후로 그 아이들은 우리 가게에 자주 와서 술은 눈치껏 조금씩 마시다가 꾸벅 인사를 하고 가곤 했다.

나를 이모님이라고 불러주었다. 그중 한 아이 이름이 송이다.

훗날 닉네임으로 통하는 세상이 왔을 때 겉모습은 거칠고 투박하고 무식했지만 속은 아름다운 하얀 도화지 같았던 그 아이가 생각나서

못생겨도 마음은 예쁘다는 뜻으로 내 닉네임을 송이로 지었다.

송이야 잘 지내니? 세월이 흘러 너도 오십을 향해 가겠구나. 언제나 생각하면 너의 그 순수하고도 멋있던 젊음이 생각나 웃음을 짓는단다.

너에게 배운 우정으로 늘 사람의 마음속을 읽어 보는 힘이 생겼단다.

거친 세상에서도 잘 살아내고 있는 거지? 언제나 순수하고 아름답던 그 맑은 마음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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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리스트
가족 박시…
누구에게나 과거는 존재합니다 과거는 좋은추억보다 안좋은추억에 더욱 기억에남는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과거에 억눌린 삶을 살면 안됩니다. 미래지향하는 삶을 사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족 김지…
감사합니다 날이춥네요 감기조심하시고 이번주도 힘내세요~~!


스텝 이민…
역시 양이*회원님의 글을 남다릅니다~^^ 멋진 동영상과 노래 그리고,
과거 그리운 추억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한주도 행복한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가족 서영…
어쩌면 우리들도 지나고난 시간들이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네요
추억들을 남기면서....


가족 김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슬픈 케이스가 아직도 비일비재합니다..


가족 김선…
애초에 무서운곳에 갈일 자체를 피했으면 좋았을것을요...


스텝 관리…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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